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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재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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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가져서 미안해-멋진하루







우리나라 풍토상 침묵은 금이다 라는 가치관이 깔려 있어서 말을 심각하게 잘하면(혹은 많으면) 가벼운 사람으로 취급받기 마련이다.

말을 잘 한다, 소위 '이빨 좀 깐다'는 사람들은, 특히나 남자들은 '바람둥이'라고 생각하기 쉽상이다.
게다가 말빨이 좋은 남자는 여자가 대체로 많다. 



멋진 하루를 보는 내내 '이빨을 까고 있는' 병운(하정우 역)의 모습을 보면서 심히 언짢았던 것은 사실이다.
스페인에 음식점을 낼 것이라는 것도 뜬구름 잡는 소리 하는 것 같고,
돈 받으러 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자들 뿐이고,
그리고 그들과의 예전 관계는 다 심상치 않고.
돈도 쥐뿔도 없으면서 빌려서 갚는 주제에 뻔뻔하기까지.

영화 보는 내내, 병운이 이 시점에서 차를 끌고 튀지 않을까
정말 350만원이 채워질까, 지금 몇십만원이나 남았나
의심만 가득한채 병운을 예의주시했었다.



나도 모르게 까칠한 김희수(전도연역)가 되어서 병운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미간에 주름을 잡고 관자놀이를 수시로 눌러줘가면서.
영화 끝나기 전 20분까지 내내.

실은 이 영화는 예전 남자친구가 꼭 한번 보라며 나에게 보내줬던 영화이다.
이렇게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이 영화를 왜 적극 추천해줬는지 이해를 못했다.
지금에서야 그 아이와 헤어지고 한참 뒤에 하드디스크를 정리하던 중에 보고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았다.

솔직히 이 영화는 무지무지 지루했다.
그런데 이 지루한 과정이 없으면 막판 20분 정도의 내용에 벅찬 감동을 느끼지 못하리라고 생각된다.
병운의 동창이 와서 희수에게 돈을 건낼 때.
병운이 말했던 그 동창에 대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희수는 분명히 그 동창에 대한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편견을 가졌을 자신이 너무나 미안해서 병운의 친구에게 돈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은 말 잘하는 사람이 대세라고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니 말 잘하는 사람이 오히려 편견속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모르겠다.
물론 말 잘하는 것을 이용해 먹는 사람들도 있기도 하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떠올랐던 두가지 생각.

1. 왜 내 옛남친은 이 영화를 보라고 했을까?
2. 내가 어떤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 자신만의 편견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내 인생에서 쳐 버린건 아니었을까?





얼마전 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끝났는데,
어찌됐건 내가 처음부터 색안경을 끼고 잘못 보고 시작하지 않았었나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니 확실히 잘못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진심으로 한 말이건 어떤 말이건 단순히 내 기분을 좋게 한 말이려니 생각하고 나도 웃으면서 가볍게 대답하였고
마음속에 그것을 깊이 간직하지 않았다.
또한 진심이나 이유를 알고싶지 않은채 그냥 끝내버렸다.

그냥 문자라도 하나 보내면 될 것을 
직접 할 용기는 없으니(극중 전도연이 한 대사 중에 "얄랑한 자존심"때문일지도.)여기에라도 끄적여본다.

미안해.


by 천재고양이 | 2010/02/07 19:30 | 본사람만봐야하는영화리뷰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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